SEOUL NATIONAL UNIVERSITY
검색창 닫기
번역
2021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 최우수상(학부대표) 수상자 연설문(설형욱)
  • 작성자자유전공학부
  • 날짜2022-09-21 17:47:39
  • 조회수150
최우수상(학부대표) 수상자_설형욱

안녕하세요. 자유전공학부 졸업생 설형욱입니다.
 
우선 오늘의 주인공들인 학우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저희는 정말 고생했고 축하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저희를 이끌어 주신 교수님, 전문위원님, 조교님, 행정실 선생님, 그리고 무엇보다 늘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격려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기쁜 자리에서 좋은 상을 받게 되어 감사하고 영광스럽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이 자유전공학부 재학생으로서, 서울대 학부생으로서 마지막 일정이라 생각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관악 캠퍼스 구석구석에 추억이 서려 있는데, 이제 진짜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쉽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기타를 쳤습니다. 그리고 저의 원래 꿈은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스티브 바이, 잉베이 말름스틴, 커크 해밋과 같이 멋있는 기타리스트가 되어 그들처럼 수십만 관객 앞에서 공연하고, 멋있게 기타 솔로를 연주하는 인생을 살고 싶었습니다. 17살까지는 온종일 일렉기타만 쳤던 것 같습니다. 매일 연습하고, 제 우상들을 따라하고,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저의 모습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현실을 점차 직시하며 이 꿈은 접어야 했습니다. 마음이 아팠지만, 다행히도 공부에 재능을 발견해 서울대학교를 쓸 수 있는 성적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어떤 학과를 지원할지였습니다. 한 번 꿈을 포기한 저에게 또 다른 꿈을 찾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기타를 치는 것 만큼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설령 찾는다 한들 “또다시 그 꿈을 접어야 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 역시 있었습니다. 그러한 저에게 자유전공학부의 존재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습니다. 선택을 유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나중에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에 여기 계신 학우 분들과 같이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하여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한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했습니다. 학교 밖에서 밴드를 결성하여 여러 번의 콘서트를 열기도 하고, 작곡가로서 제 음악을 공식적으로 발매해 보기도 했습니다. 선택을 유보할 수 있게 된 저는 자유로운 삶을 만끽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수강한 “과학 계산을 위한 컴퓨터 활용”이라는 교양 수업에서 컴퓨터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에 대해 간단하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 재밌고 가슴에 와닿더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의 작동에 대한 원초적인 호기심이 항상 있었는데, 이 호기심을 대학에서 해결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컴퓨터공학부 전공 신청을 했고, 컴퓨터공학 전공 수업들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공학은 예상보다도 훨씬 저랑 잘 맞았습니다. 전공 수업 하나하나가 너무 좋았고, 종강을 할 때 즈음이면 다음 학기가 진심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저는 이때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하게” 공부를 했습니다. 중간에 군대를 다녀온 후부터 저는 학기 중에는 컴퓨터 공부를, 방학에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컴퓨터 연구를 했습니다. 그러다 탑 CS 컨퍼런스에 논문을 개재해 보는 경험도 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박사 유학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행복하게 몰두할 수 있고, 제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4학년 여름이 되어서는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연관 분야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현재는 AI 벤처기업의 창업가이자 대표로 지내고 있습니다. 감히 말하건대, 지금 저는 10년 전 하루 종일 기타를 치던 시절만큼 행복한 것 같습니다.
자유전공학부는 재학생들에게 여러 혜택과 기회를 줍니다. 그 기저에 있는 가장 근원적인 가치는 “내 주전공을 언제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입니다. 많은 학우 분들과 저는 이 혜택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2015년 12월 자유전공학부 예비대학에서, 서경호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기소개서에 쓴 말들은 어차피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여러분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세요.” 저희는 스스로를 포장하는 일에 익숙해져서, 이 포장이 저희의 본질이라고 착각할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유전공학부는 저희가 이 착각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에게 솔직해 질 수 있도록 아주 넉넉한 시간과 아주 많은 기회를 줍니다. 꾸준한 자기 고찰을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판을 깔아 주는 것은, 20대 초중반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혜택을 제공해 주는 자유전공학부를 만들고, 유지하고, 지금도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해 주시고 계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자유전공학부는 저희에게 정말 많은 정체성을 부여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자유전공학부 16학번 설형욱이지만, 동시에 컴퓨터공학부 설형욱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가물가물하지만, 저는 나래반이기도 했습니다. 나래반 2조였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엠티 준비 위원회이기도 했고, 일일호프의 서빙 담당이기도 했습니다. 수없이 많았던 술자리에서 저는 후배이기도, 선배이기도 했으며, 잘 취하는 친구놈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누군가의 연인이었고, 동아리의 회장이기도 했으며, 기타 잘 치는 애, 인생 열심히 사는 놈이었습니다. 자유전공학부는 저에게 수십 가지의 이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얻은 이 이름들은 지금도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함께 졸업하시는 학우 여러분. 여러분은 자유전공학부에서 어떤 이름을 얻어 가시나요?
 
감사합니다.


 
목록

수정요청

현재 페이지에 대한 의견이나 수정요청을 관리자에게 보내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빈 칸에 내용을 간단히 작성해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