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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6~2015.08.14. - 하계 해외자원활동 (캄보디아) 후기
  • 작성자자유전공학부
  • 날짜2016-11-11 17:21:42
  • 조회수664
“똑같으면서 새로운 것들”   옥채원(14)


 8월 6일, 한국 시간으로 오후 7시를 조금 넘겼을 무렵, 약간 불안한 기류에 덜컹거리는 기체에 앉아, 해가 구름 아래로 져 캄캄해진 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이 아닌 땅을 밟는 사건이며, 살면서 마주했던 것보다 더 많은 외국인과 마주치고 말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해외, 다른 나라라는 말의 의미가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하면서 나는 어쩔 수 없는 불안감이 서서히 밀려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혹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나도 모르는 결례를 저지르지는 않을까? 일주일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냥 멍하니, 초등학생 아이들과 잘 놀고 오면 되지 않겠느냐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던 내 자신이 그 순간에는 말할 수 없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계획한 수업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 해 보았지만, 학생들에 대해서도, 학교에 대해서도,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도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마당에는 다 부질없는 일로 느껴졌다. 그 이후로 비행기가 시엠립 공항에 착륙할 때까지, 내 머릿속은 드물게도 온갖 걱정으로 복잡해져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불안에 얼룩진 심리는 캄보디아의 눅눅하고 훈훈한 공기에 온 몸이 휩싸이는 순간 편안해졌다. 막상 외국이라는 현실이 피부로 전달되자마자, 단순하게 그지없던 평소 성격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래, 그냥 한 번 가서 해보자. 어차피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일정이 변화하는 일은 없을 테니, 결정을 물릴 곳도 없고 걱정하는 것에도 의미가 없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다음 날 수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이런 내 성격에 처음으로 감사했다. 아마 어떻게 할까 덜덜 떨고만 있었다면 오히려 첫날 수업 때 벌어진 온갖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팀원들에게도 크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우리 팀이 맞닥뜨린 것은, 스피커의 절실한 필요성이었다. 활기찬 아이들을 감당하려면 정제된 음원의 커다란 소리가 필수적이라는 걸, 학생들을 데리고 운동장으로 나섰을 때야 실감했던 것이다. 원래 스피커는 내가 가져가기로 되어있던 것이었는데, 가지고 있던 스피커가 망가진 것을 출발 전 날 발견하는 바람에 우리 팀에 스피커가 없었다. 결국 나는 내가 가져왔어야 할 스피커 대신, 우렁찬 성량을 십분 발휘하여 수업을 도왔다.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가 스피커가 내는 음향을 완전히 갈음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팀원들이 아이들을 통제하느라 고생해주지 않았다면 우리의 첫 수업은 아마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었을 것이 자명했다. 그렇게 첫 날은 폭풍이 지나가는 듯한 정신없음 속에서 어찌어찌 마무리 되었다.



 결국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온전히 다가가기 시작한 것은 그 다음날인 두 번째 수업 때부터였다. 첫 날 엄청난 혼란을 겪은 덕분인지, 나는 완전히 마음을 놓고 수업에 임했다. 어떤 비상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을 거라는 미묘한 확신이 들고 나니, 아이들에게 완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 대해 가장 놀랐던 것은, 아이들이 한국에서 만난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말 그냥 아이들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나는 캄보디아의 학생들을 보면서, 문득 내가 한국에 있을 때도 아이들과 잘 놀아줬던 것이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별다른 트러블 없이 함께 하는 것, 그건 의외로 간단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그들과 똑같이 행동하면 되었다.